설전이었나,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해안건축인데, 책자를 보내준다고 한다. 필자는 해안건축을 13년에 입사해 17년 퇴사하였고, 이후 이곳저곳을 옮겨다니다가 지금은 강원도 원주에서, 다음주면 출근하는 아내와 육아를 하고 있는 중이다.
해안이 30주년이라고 책자를 만들었다고, 보내준다고, 주소를 보내달라고 했다. 일개 4년차였었던 선임 나부랭이를 챙겨줄 만큼 책자를 많이 찍은건가 싶었지만, 뭐 준다는데 안 받을 이유는 없고, 또 작품집 좋아하니까 하나 책장에 꽂아 놓자고 주소를 불러드렸다. 몇년 다니지도 않았는데, 나도 받아도되냐고 물어봤었다. ㅎㅎㅎ
그리고 몇일전 꽤 두꺼운 책자가 도착했다. 제목이 "MEMORY OF THE FUTURE". 다소 손발이 오그라 들지만, 이전 작품들을 책자로 정리하지만 미래도 보고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작품을 다 때려박는 스타일의 작품집을 좋아하는데, 이 책은 프로젝트를 들을 여러 꼭지로 묶고, 대표님들의 대담과 함께 실었다.
퇴사한지도 4년이 다 되어 가는데, 책자 받았다고 블로그에 쓰고 있는 내가 레전드.(ㅋㅋ)
책자 가장 뒷부분에 '해안인"섹션이 있었는데,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는데;) 지금 다니는 사람들은 물론, 퇴사자들의 이름까지 가나다 순으로 다 적어놓았다. 정겨운 이름들이 제법 있었다. 이 부분에 실려서 이렇게 책자를 보내준건가 싶기도 했다.
일전에 해안건축을 다닐때는 다소 힘들었다. 틈만 나면 현상설계팀에 붙잡혀갔었고, 마감 2주전쯤부터 마감까지는 빨간 날없이 새벽에 택시를 타고 퇴근했었다. 그리고는 3일에서 4일 쉬라고 휴가를 주면, 친구랑 과음이나 하고 숙취에 벌벌떨다가 휴가가 끝나면 또 쉬었으니까 일 열심히 해야지 하는 삶의 연속. 적고나니 맨날 그랬던건 아닌데 피해의식이 쩌는 구나.
무엇보다 학부생때 생각했던 팀단위의 으쌰으쌰하는 건축집단의 느낌(?)이 아녔던게 힘들었던듯. 있지도 않은 걸 바랬던거 같으다.
알아보지도 않고, 어떤 상황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이건 이렇게 해야되는데 왜 이렇게 하지?, 이거 아닌데?'만 하다가 정작 배워야 할 것도 놓친거 같기도.
퇴사이후 다른 회사도 다녀보고, 친구들과 이야기도 해보니, 그정도 규모의 집단이 되면 그정도의 불합리함과 불편함은 다 있다는 걸 알게되었다. 차라리 대충 상황에 만족하고, 긍정적인 면을 바라보며 버텼다면....?
뭐여튼 결과적으로는 못버티고 뛰쳐나왔고, 작은 집단에서 재밌는 일도 하고 그랬으니까 이득인 부분?
요즘들어 뭐하고 살아야 할지 잘 모르겠다. 술자리에서 우스갯소리로 '취업고민학과'라고 하고 깔깔대며 웃었던 적도 있는데, 이 고민을 아직도 하다니. 딱 떨어지게 정리되는 건 없는데, 시간은 빨라서 조바심만 나는 거 같기도 하다.
책자를 받고 들었던 생각인데, 이렇게 글로 남겨 본다. 다들 잘 살고있을까?
갑자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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